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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Letter VoL.02]PEOPLE_소라미 부센터장
이 코너는 공익법률센터 사람들의 면면을 알아보는 People 코너입니다
인터뷰어인 김나형 공익조교(법학전문대학원 2학년)가
공익법률센터의 부센터장인 소라미 교수를 만나보았습니다.
Q 공익법률센터 부센터장으로 부임하시기 전 교수님의 경력을 살펴보면, 여성, 아동인권을 비롯한 다양한 공익 분야에서 계속 일을 해오셨는데요, 이렇게 공익변호사로 진로를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A 대학 생활 동안 동아리 활동과 다양한 학생회 행사에 참여하면서 막연하게나마 사회적으로 의미 있고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렸을 적 꿈이 법조인이었던 것을 떠올리고, 변호사가 된다면 사회적으로 어려운 사람을 도와줄 수 있겠구나 싶어 뒤늦게 사법시험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사법연수원에 가서 공익적인 진로를 모색하던 차에 아름다운재단에서 전업으로 공익활동 할 변호사를 뽑는다는 채용공지를 봤습니다. “낮은 곳에 임하는 용기로 소외된 희망을 되살린다.”는 문구였는데, 그게 가슴에 꽂혔어요. 내가 이런 일 하려고 사법시험 공부를 시작했었지 하는 마음에 지원을 했고, 우리나라 최초의 전업적 공인변호사 단체인 ‘공감’의 창립멤버로 변호사 일을 시작하게 되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처음 3년간은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을 가느라 맨땅에 헤딩하는 것처럼 좌충우돌하면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는데, 차차 시간이 지나며 공익단체에서 인정도 받고 자신감도 붙기 시작하면서 신나게 일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달려오다 보니 학교에 오기 전까지 약 15년 동안 공익변호사로 일을 하게 해왔던 것 같습니다.
Q 학교에 오시기 전에 담당하셨거나 맡으셨던 사건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거나 보람을 느낀 사건은 어떤 사건이었나요?
A 학교로 오기 직전에 소송을 제기했던 사건이 기억나는데요. 40여 년 전에 우리나라에서 미국으로 입양된 분이셨는데, 미국의 입양가정에서 학대를 받고 파양되고, 재입양 되었으나 또 학대받아 방치된 상태로 청소년기를 보냈어요.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미국 시민권자가 아니었고, 폭력과 절도 등 크고 작은 전과가 문제되어서 결국 2016년도에 아무런 연고도 없는 한국으로 갑작스럽게 강제추방을 당했어요. 이 분을 대리해서 국가와 입양을 주도했던 홀트아동복지회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어요. 1970년대 국가나 입양기관들이 우리나라 아동들을 해외로 입양 ‘보내는’ 데에만 급급해서 부모가 있는 것을 알면서도 찾으려는 노력도 하지 않은 채 ‘고아’라고 불법적으로 서류를 꾸미거나, 미국으로 입양 보낸 후에는 입양가정에서 잘 적응하는지, 아동학대피해는 없는지, 미국 시민권은 제대로 취득했는지 아무것도 살피지 않았던 거예요. 이 분이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다시는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법률지원을 요청하셨고, 여러 변호사님들과 같이 공동대리인단을 꾸려 1년여간 소송을 준비한 끝에 2019년 1월에 대한민국 정부와 홀트아동복지회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Q 해외입양사건을 진행하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특별히 의미있었던 점은 없으셨나요?
A 이 사건을 지원하면서 해외입양의 문제점을 더 깊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40여년 전의 해외입양 절차와 현재 입양 절차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여전히 거의 모든 입양 프로세스를 ‘민간’ 입양기관에서 맡고 있고, 아동이익 최우선의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제대로 된 공적인 관리·감독이 부재합니다. 우리나라가 세계 경제규모 20위 안에 드는 경제선진국인데도 여전히 우리 아이들을 국내에서 돌보지 못하고 해외로 입양 보내고 있는 거잖아요. 그리고 그렇게 입양을 보내는 엄마들 대부분이 ‘미혼모’입니다. 결국 미혼모에 대한 차별이나 편견 그리고 제대로 된 사회적 지원의 부재가 미혼모로 하여금 해외입양을 선택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지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미혼모 당사자 단체와 함께 사회적 차별을 개선하고 양육에 대한 실질적 지원을 확충하도록 활동을 모색하고 있고 더불어 사회적인 돌봄이 필요한 아동에 대한 공적인 보호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활동에도 관심 가지고 있습니다.
Q 좋은 경험 나눠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또 궁금한 것이, 교수님께서 한창 일을 하실 때에는 지금보다 공익, 인권 분야에서 일하는 변호사들이 많지 않았을 것 같아요. 혹시 일을 하시면서 힘드셨던 점이나 앞으로 개선되어야 한다고 느끼셨던 점이 있나요?
A 제가 15년동안 공익변호사로 일하는 내내 항상 그런 생각을 했어요, 변호사로서 최고의 직장에서 일하고 있다고. 마음이 하고 싶은 일만 할 수 있는 변호사 직장이 어디 있겠어요(웃음). 상대적으로 어려웠던 점은 대가 없이 활동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다보니 사무실 운영을 위해서 모금을 계속 고민해야했던 점이었어요. 일반 변호사 사무실은 의뢰인을 유치하기 위해 영업 활동이 수반된다면, 공익변호사는 지속적인 활동을 위해 신규 후원자를 계속 늘려야하는 것이죠, 후원금이 들어와야 운영비를 충당하는데 매달, 매년 재원을 마련하는 일이 만만치 않았던 것 같아요. 모금을 위해서 관련 강좌도 찾아 들으며 모금에 대해 공부도 했어요. 그래야 활동이 지속가능할 수 있으니까요. 그게 가장 어려웠던 점이었고, 후배 공익변호사님들이 지금도 겪고 있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아닐까 싶습니다. 일반 시민들 입장에서 변호사 조직에 후원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감성적으로 잘 와 닿지 않는 것이죠. 제도개선 활동이나 공익소송을 통해 사회적 임팩트를 미칠 수 있다는 점에 공감하시는 분들이 많아진다면 공익변호사들의 생태계가 더 활기를 띄지 않을까 싶습니다.


Q 교수님께서 이렇게 현장에서 오랫동안 활동을 하시다가 학교에 오셨는데요. 학교에서 이루고자 하시는 바나 기대하시는 바가 있으신지, 학교에 오신지 1년 반 가량이 흘렀는데 소감이 어떠신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A 학교에 와서 가장 보람 있는 일은 예비법조인들인 로스쿨생들에게 공익적인 가치와 전망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임상법학 수업이나 프로보노 활동(법률봉사활동), 공익법무실습 등을 통해 학생들이 공익 현장을 직접 경험해보고 이를 통해 법조인으로서 할 수 있는 공익적인 활동을 상상해볼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이런 경험을 통해 학생들은 내가 왜 법을 공부해야하는지, 법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답을 찾아나갈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당장은 변시 공부의 의미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법조인으로서 사회적인 책무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겨울에 1학년 학생들과 함께 동계 공익법무실습을 나갔을 때 공익기관에서 일하는 활동가분들께서 너무 반겨주시고 좋아하셨어요. 우리 사회가 별로 관심 갖지 않는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 이슈에 대해 학생들이 관심 갖고 찾아와서 성실하게 일 해줘서 지지받고 응원 받는 기분이 들었다고 하시더라고요. 공익적인 현장 교육이 학생들 개개인에게 좋은 경험이 될 뿐만 아니라 미미하나마 공익 현장에도 기여가 될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제가 매개가 되어 예비 법조인들과 공익 현장 사이에 교류가 보다 활발해지고 이를 통해서 서로가 힘을 얻을 수 있다면 무척 보람 있을 것 같습니다.
Q 요즘 꼭 전업 공익 변호사가 되지는 않더라도, 공익에 관심을 갖고 있는 로스쿨 학생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으신가요? 전업 공익 변호사가 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는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A 공익활동은 전업으로도 할 수도 있지만, 관심가지고 일부에 참여할 수도 있고, 직접 활동 하지는 못하지만 지지하고 후원하는 방식으로도 함께 할 수 있습니다. 저는 학생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공익활동을 꿈꾸면 좋겠습니다. 전업적인 공익변호사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있다면, 로스쿨 생활 중에도 공익활동에 대한 고민을 조금씩이라도 이어나가면서 발자국을 남겨두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공익활동의 꿈을 잃지 않고 이어가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나중에 채용 단계에서는 그러한 족적이 모여 공익활동의 진정성을 드러내줄 테니까요. 공익적인 활동경험은 전업적인 공익변호사를 희망하지 않는 학생들에게도 힘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특히 공부의 의미를 잃고 지칠 때 동력이 될 수도 있습니다. 법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경험을, 법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의미를 조금이라도 맛본다면 변시 공부를 하는 데에도 이후 법조인으로 살아가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이런 기회를 공익법률센터에서 최대한 만들어 학생들에게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공익법률센터에서 주최하는 프로보노나 공익강좌, 공익교육 프로그램에 관심 갖고 참여해보길 권합니다.
Q 지금 교수님께서 공익법률센터에서 담당하고 계신 리걸클리닉의 주제와 내용, 진행 방식에 대한 설명도 부탁드립니다. 수강하는 학생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으신가요?
A 저는 임상법학 수업으로 ‘여성아동인권클리닉’과 ‘지역사회법률구조클리닉’ 수업 두 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역사회법률구조클리닉’은 공익법률센터로 접수되는 법률상담을 학생들에게 배당해서 학생들이 직접 의뢰인과 연락하고 사실관계와 법적인 쟁점을 파악해서 의뢰인에게 직접 법률상담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합니다. 저와 공익법률센터의 변호사님들이 학생들의 법률상담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법률상담과 더불어 취약계층을 위한 소송구조사건에 대한 법률문서 작성도 하게 되는데, 이번학기에는 외국인유학생이 억울하게 범죄 혐의로 기소된 사건의 형사변론을 다루고 있습니다.
‘여성아동인권클리닉’에서는 온라인 그루밍 범죄에 대한 입법개정안 만들기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탁틴내일’이라는 아동청소년 성착취 피해를 지원하는 NGO에서 법률개정안 작업을 학교로 의뢰해주셔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온라인 그루밍과 관련된 현장 실태, 법제도 현황, 해외 입법례나 판례 검토를 하면서 학생들과 입법방안을 발전시켜나가고 있습니다. 법률개정안이 완성 되면 탁틴내일과 함께 국회 의원실을 찾아가 발의해달라고 요청할 계획입니다. 중간고사 이후에는 아동학대 관련 사건을 다루려고 준비 중입니다.수업을 진행하는 입장에서는 학생들이 보다 열의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주길 바랍니다. 힘이 들어야 남는 게 있잖아요. 너무 쉽게 가면 남는 게 없거든요. 그 두 지점 사이에서 수업 로드를 잘 조절하는 것이 항상 어려운 문제인 것 같습니다.
Q 마지막으로 아직 교수님과 만나지 못한 1학년 학생들에게도 전하실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A 이번 겨울 방학에 공익법률센터에서 준비하는 공익법무실습으로 만날 기회가 있을 거예요. 조만간 참여할 수 있는 좋은 공익적인 프로젝트들을 기획해서 공지 드릴테니 여러분들이 관심 갖고 있는 활동, 흥미 있는 활동, 재밌게 할 수 있는 공익활동에 지원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방학 지나고 나면 뿌듯하다는 마음 얻어갈 수 있도록 준비 잘 하고 있겠습니다.(웃음)
인터뷰어 : 김나형 공익조교(법학전문대학원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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