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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Letter VoL.03]PEOPLE_김남희 임상교수

작성자
리걸 클리닉센터
작성일
2020-12-22
조회
15

이 코너는 공익법률센터 사람들의 면면을 알아보는 People 코너입니다  인터뷰어인 정규록 공익조교(법학전문대학원 1학년)
공익법률센터의 김남희 임상교수 만나보았습니다.

 

 

Q. 안녕하세요 교수님. 저를 비롯한 1학년 학생들은 수업에서 교수님을 만나 뵐 기회가 거의 없었습니다. 어떤 계기로 학교에 오시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A. 솔직하게 얘기해야 해요?(웃음) 학교 오기 전에는 참여연대라고 하는 시민단체에서 2011년부터 2019년까지 8년 정도 복지와 사회정책 관련된 업무를 해왔어요. 2019년에 공익법률센터가 만들어지면서 공익분야에 경험이 있으면서 학생들과 같이 공익 분야의 실무 수업을 해줄 분을 구하고 있었는데 혹시 올 생각이 있냐는 제안을 받았어요. 처음에는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저는 제가 한 번도 강단에 서볼 것이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거든요. 저는 학구적인 사람이 아니라서 학교 오는 것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제안을 받고 고민을 했는데 좀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공익적인 삶을 살아도 잘 살 수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학교에 오게 되었어요.

Q.'잘 살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A. 서울대 학생들은 다들 똑똑하고 우수한 학생들이니까 멋지게 살고 싶어하는 마음들이 있잖아요. 그런데 바라보는 방향이 다양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열심히 공부를 해서 좋은 대학을 나오면, 좀 남들이 얘기하는 좋은 길을 가야하고. 딱 정해진 방향으로 볼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한국 사회가 그런걸 보여주기도 하고. 저는 남들이 가지 않는 길들도 선택을 해봤고, 다양한 삶에 방식에 대해서 학생들에게 얘기를 해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Q. 교수님의 경력을 살펴보면, 아동, 노인, 빈곤, 보건의료, 복지 등 다양한 공익 분야에서 일을 해오셨는데요, 이렇게 공익변호사로 진로를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참여연대에서 일하기 전에는 대형 로펌에서 근무를 한 6~7년 해왔습니다. 로펌에서 일을 할 때 주로 클라이언트들이 기업이나, 아무래도 돈과 권력이 많은 사람들이 주로 클라이언트다보니까 도와드리면서, 물론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조금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 무렵에 이직을 하기 직전에 아이를 낳고 큰 애를 키우고 있었는데 ‘한국사회가 너무 승자독식의 사회구나,’ ‘돈이 있고 성공을 하면 괜찮은 사회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너무 가혹한 사회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때 고민했던게 ‘내 아이를 사회에서 더 성공하게 만들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를 시키는게 내가 가야할 길인가?’라는 고민이 들었고, 결국 이게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만약 내가 노력을 한다면 내 아이가 더 승자독식의 사회에서 더 잘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가 승자가 아니어도 최소한의 인간답게 존엄하게 살 수 있는 사회로 만드는 것이 맞는 방향이고,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그런 방향으로 쓰는게 맞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그래서 다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뭘 할지는 구체적으로 몰랐죠. 그때 친하게 지내고 있던 친구가 공익 활동을 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찾아가서 물어봤죠. ‘나는 한국 사회가 좀 더 모든 사람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는데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그런데 내가 뭘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웃음). 제가 복지정책 쪽에 관심이 있다고 하니까, 참여연대가 사회복지 정책에 대해서 운동적으로 해오던 몇 안 되는 단체이기 때문에 거기에 가보면 어떻겠냐고 추천을 해줘서 제가 거기에 그냥 찾아갔어요. 그렇게 해서 그 일을 하게 됐어요.

Q. 교수님께서는 대형 로펌에서도 일해보셨고, 시민단체에서도 일해보셨고, 그리고 현재는 학교에서 일하고 계신데요, 1학년 학생들이 모두 희망하는 진로인 것 같습니다. 각각의 장소에서 일하는 분위기나, 업무 환경 및 방식이 상이할 것 같은데 차이점에 대해서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A. 대형 로펌에서는 클라이언트들을 만나고, 계약서를 검토하고, 기업 서류 같은 것을 검토하고 의견서 쓰는 등 서류 작업들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시민단체에서 일하기 시작하면서는 현장 사람들도 만나고, 사람들의 어려움에 대해서 이야기를 듣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또 다른 활동가, 변호사 등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정부나 국회를 찾아다니면서 정책에 대해서 제안도 하고 (정책을) 바꾸라고 얘기도 하는 등 몸으로 하는 일이 많았어요. 집회도 나가고, 기자회견도 하고, 언론사에 기고도 하고. 로펌에 있을 때보다 하는 일의 갯수나 만나는 사람이나, 하는 일의 방식이 너무너무 다양했죠. 그런데 저는 해보니까 후자의 일이 더 맞는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전자의 일을 할 때는 약간 답답한 느낌도 있었는데 오히려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현장에 가서 직접 체험도 하고 또 사람을 설득하고 여러 가지 다양한 일을 하다보니까 ‘아, 내가 이런 역할을 하는데 더 잘 맞는 사람이었구나’라고 느꼈던 것 같아요.

Q. 교수님께서는 공익 분야의 일이 적성에 맞는다는 것을 알고 계셨던 건가요?

A. 그전에는 잘 몰랐죠. 저 되게 조용한 사람이었어요(웃음). 조용하고 얌전한 사람이었는데, 막상 활동적으로 적극적인 역할을 맡게 되니까 성격도 좀 바뀌는 것 같고. 아마 제 마음속에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일을 하고 싶다는 열망 같은 게 있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전에는 동기부여가 덜 되었던 것 같고. 시민단체에서 일을 하니까, 내가 생각했던 지향과 맞아 떨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제가 더 적극적으로 열심히 일을 하게 된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해요.

Q. 1학년들 중에 처음 법을 배우면서, 향후 법조계에 어떤 직역을 가지게 될지 몰라 막막해 하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진로고민을 하고 있는 1학년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A. 저는 중간에 진로를 많이 바꿨잖아요.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자기가 직접 경험해보기 전까지는 이 일이 정말 나의 일인지, 다른 분이 하면 더 잘할 수 있는 일인지 모를 수 있어요.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경험을 해보니까 이 일이 아니라 다른 일이 더 맞는 것 같다 하면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너무 빨리 나의 적성이나 진로를 찾아서 빨리 정착을 해야겠다고 조급하게 생각할 건 없고, 오히려 길게 보고, 내 인생의 전반기는 이런 일도 해보고,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긴 호흡으로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적성이나 진로도 좀 경험해보기 전까지는 모르는 거니까. 그냥 해보고 아니면 말지(웃음). 그리고 사실은 여러분이 법조 전문직이 되는 길을 오신거잖아요. 그런데 이게 어쨌든 자격증이 있는 영역이니까, 밥 굶지는 않아요(웃음). 너무 불안하거나 미래에 대해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요. 저처럼 이렇게 이런 영역에서 일해보다가 ‘아닌가?’하고 다른 영역에서 일해보다가 학교에도 오고.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도 있다. 길게 보시고 오히려 지금 배우는데 충분히 집중을 하시고 또 진로에 대한 고민을 천천히 하셔도 그게 꼭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보는 사람도 좋은 것 같아요. 바쁘시겠지만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을 봤을 때 ‘저 일이 재밌어 보인다’, ‘저 일을 하는 사람을 보니까 자극이 된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요. 그건 사람마다 다를거고. 어떤 사람을 봤을 때 그런 자극을 받느냐는 다를 수 있고. 기회가 닿으면 다양한 영역에서 일하시는 영역에서 만나는 분을 만나보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Q. 그렇다면 공익법률센터가 학교 내에 있는 이유 중 하나도 그런 것인가요?
A. 저희가 희망했던 것은 그런 것이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학생들을 만나지 못해서 아쉬운 마음이 들어요. 사실 저희가 오픈된 공간이다 보니까(주: 72동 공익법률센터 별관) 궁금한 점이 있으면 언제든지 찾아와도 좋아요. 이 센터에도 다양한 경력을 가지신 분들이 있기 때문에. 공익 조교 프로그램도 있으니까 조교 분들에게 연락해서 ‘이런 일을 해보신 분과 얘기를 해보고 싶다’든지 이런 제안을 주시면 굉장히 좋을 것 같아요.

저희가 사실은 이번 겨울에 그런 자리를 마련하려고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못하긴 했지만... 소규모로 1~2명씩 찾아오시면 좀 더 깊은 이야기를, 각 분야에서 자기가 활동한 이야기에 대해서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Q. ‘공익변호사’ 혹은 ‘공익’이라는 말이 굉장히 추상적인 것 같습니다. 혹시 교수님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 공익변호사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다라고 생각하시는지, 그리고 ‘공익’이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자신의 능력으로 충분히 좋은 법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활동이 아니라, 경제력이나 사회적인 장벽 때문에 충분한 조력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공익적인 조언을 주는 역할. 거기에 더해서 누구도 대변하지 않는 이해관계가 있잖아요. 예를 들어 환경문제라든지, 프라이버시 문제라든지. 이렇게 구체적인 당사자가 잘 드러나지 않는 그런 영역에서 이해관계를 이익이 아닌 목적으로 대변해줄 사람들이 필요하거든요. 저는 그런 것들이 공익의 영역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그런 영역은 금전적인 이해관계만으로는 제대로 보호가 안 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역할을 공공기관이든 NGO든 여러 공익적인 영역에서 그 부분을 보완을 해줘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사실은 돈 있고 권력 있는 사람들이 더 좋은 법률 서비스를 받고 그들의 이해관계에 맞는 법률을 만들어낼 수 있잖아요? 그런 세상이 우리가 원하는 세상은 아니니까. 모두가 제대로 자기의 법적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고 그들의 이해관계도 반영된 법률을 만드는 과정에 반드시 공익적 활동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활동을 하는 공익적 세션이 상당히 한국 사회에서 부족한 것 같아요.

학생들이 어떤 분야에 진출하든 간에 사회적 약자나 누구도 대변하지 않는 그런 공익적인 이해관계의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거나 그게 무엇인지는 알 필요는 있는 것 같아요. 교육 과정 중에 공익과 관련된 것들이 들어갈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Q. 공익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변 친구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공익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 추후 진로를 결정함에 있어서 어떤 것을 고려해야할지 조언을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 저는 제가 그냥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거라서(웃음). 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일들을 하는 것 같아요. 제가 공익을 하고 싶다고 한 게 아니고, 오히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내가 도와주고 싶은 사람이 누구인지, 그걸 아는 게 먼저인 것 같아요.

그리고 공익분야의 일이라는 게 아까도 얘기했지만 조금 입체적인 느낌이에요. 이 분야가 아직 활동하는 사람의 숫자가 많지 않다보니까 좋게 말하면 할 수 있는 일이 되게 다양하고, 나쁘게 말하면 자기가 A부터 Z까지 다 해야하는거죠. 사소해 보이는 일부터 중요한 일까지 다양한 일을 다 경험을 해야 해요. 그런데 저는 제가 경험해본 바로는 중요해 보이는 일만 중요한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내가 생각하기에 사소해 보이는 일들인데, 전체 사회가 변화하는데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계기가 되는 일들도 있다는 생각도 했고요. 또 하나는, 공익 분야 활동이 성과가 바로바로 나타나거나 보상이 바로 주어지는 분야가 아니에요. 그러니까 내가 지금 아무리 최선을 다해서 정말 열심히 일을 한다고 해서 그 일에 대한 결과나 보상이 바로 나오지는 않아요. 그런데 이게 내가 열심히 노력을 했던 게 5년이 지나고 10년이 되었을 때 성과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 다른 사람이 뿌린 씨앗에 내가 조금 보탬이 되어서 갑자기 성과가 나오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 공익분야라는 것이 계속 씨를 뿌리고 물을 주는 과정인 것 같아요. 그런데 이게 외부의 환경이나 여러 가지 사회 변화에 맞아떨어져서 성과가 나올 수밖에 없는 영역이기 때문에, 바로바로 내가 한 일에 대한 결과가 나오기를 바라지 않고, 그러나 또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소중하고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그런 마음을 가지고 일을 해야 하는 분야라고 생각해요. 조급하게 생각하면 좋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항상 보람을 느끼는 그런 분야인 것 같아요. 제가 만약에 경력이 짧았더라면 그런 말을 못했겠지만. 그때는 몰랐는데, 내가 막 열심히 얘기를 했는데 성과가 바로 잘 안 나오면 속상했던 것 같아요. 나중에 좀 지나고 난 다음에 돌이켜보니까 또 이런 변화들이 있구나 하는 순간들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조금 더 긴 호흡으로 활동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Q. 공익 분야 활동을 하면서 성과가 바로 나지 않더라도 씨를 뿌리면서 보람을 느낄 수 있다고 하셨는데요, 교수님께서 학교 오시기 전에 가장 기억에 남거나 보람을 느낀 일은 무엇인가요?

A. 기억에 남았던 것 중 하나는, 참여연대에서 기초생활보장제도라는 걸 만드는데 굉장히 큰 역할을 했거든요, 저희 선배 세대에서. 물론 굉장히 좋은 제도이긴 한데 부양의무자 제도라는 게 있어요. 가족 중에 누군가가 경제적 능력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도움을 못 받거든요. 현장에서 이것 때문에 고통 받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사실은 빈곤층은 대부분 가족관계가 해체된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사실은 십몇년 동안 연락도 안 된 사람인데, 그 사람이 내 가족이고 수입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아무리 어려워도 국가의 도움을 못 받는 일들이 생기니까, 먹고 살만해야 가족도 화목하거든요. 그래서 찾지도 못하고 연락도 못하고.

최근에 비극적인 사건이 있었잖아요. 방배동 발달장애 모자 사건. 이 사람들이 경제적 능력이 없었지만 이혼한 남편이 아들의 아버지잖아요. 이 사람이 수입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급여를 받을 수 없었어요. 그래서 부양의무자를 폐지하자는 주장하자는 주장을 계속 했었는데, 여기에 대해서 처음에 설계했던 분들은 부정적이었던 것 같아요. 한국사회에서 부양의무제 폐지는 천지개벽 같은 일이거든요. 가족 간에 부양의식이 굉장히 강하니까.

그래서 제가 총대를 메고 많은 사람들을 설득을 해서 부양의무제 폐지 정책이 필요하다고 얘기를 해서 시민사회에서 거기에 대해 동의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고, 그때가 대통령 선거 직전이었거든요. 대통령 후보자들을 불러가지고 복지 노동정책 관련된 토론회를 열었어요. 제가 너무 힘들게 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자를 초청했거든요. 아시다시피 그때 거의 당선이 되는 분위기였잖아요. 섭외를 하기가 너무 어려웠죠. 되게 간절하게 연락을 해서 문재인 후보와 심상정 후보 두 분이 왔어요. 그 당시에 온갖 빈곤단체나 장애인 단체가 와서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하라고 피켓 들고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문재인 당시 후보가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하겠다고 약속을 한 거에요. 처음으로. 그래서 사람들이 난리가 났죠.

그리고 한 몇 년 있다가, 이건 이 학교에 온 이후의 일인데, 다른 일 때문에 장애단체 분을 만났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부양의무제를 폐지하겠다고 얘기했을 때 너무 감동받았다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거 내가 섭외한 거라고 했죠(웃음). 그 때 제가 너무 힘들게 행사를 기획했거든요. 그런 과정들도 있었고. 그리고 국회에서 정부 예산 대응을 했었는데요. 복지 분야의 예산 대응을 하기 위해서 복지 분야의 예산 내역을 들고 각 국회의원실을 찾아다니면서 이 부분 예산이 터무니없이 깎였다 고 주장했죠. 그 당시에 경향신문이랑 같이 기획을 해서 긴급복지 예산이 확 깎였다고 문제제기 하고, 그 기사가 경향신문 1면에 실리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긴급복지 예산이 회복이 되었어요. 그 예산이 어떤 분들에게 쓰였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 당시 지적했던 많은 내용들이 예산 안에 반영되는 경험을 했을 때 그때 참 보람을 느꼈던 것 같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들 중 하나가 그거인 것 같아요.



Q. 공익 분야에서 일할 때 보람도 느낄 수 있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고충 같은 것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공익 분야에서 일할 때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방금 전에 얘기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 상당히 드물게 찾아오고, 사실 얘기하는 문제 중 10개중 8, 9개는 다 제대로 해결이 안 되거나 성과가 안 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과정에서 되게 힘들고 상처받은 분들을 많이 만나요. 항의를 하는 분들도 있고, 우리가 해결해드릴 수 없는데 그분들에게는 되게 절실한 문제들이 있잖아요. 그런 문제에 대해서 우리가 도와드릴 수 없다는 걸 잘 말씀드려야하는데, 이게 되게 힘든 과정이죠. 받아들이기 힘들어하고. 가끔은 막 욕하고. 그런 분들도 있고. 험한 말 듣기도 하고.

또 하나는 이제 공익 분야 활동이 다들 돈이나 명예를 보고 온다기보다는 소명의식을 가지고 오시는 분들이 많잖아요.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자기 의견을 잘 굽히지 않는 사람들도 많아요.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과 토론하는 건 어렵지 않은데, 같이 가야하는데 조금씩 의견이 다른 사람들이랑 때로는 설득하고 타협하면서 의견을 모아나가는 과정이 어떨 때는 힘들기도 한 것 같아요. 방향성도 다르고, 지금 당장 뭘 해야하는지, 우선순위에 대해서도 의견이 다를 수도 있고. 방식에 대해서도 의견이 다를 수 있고.

그리고 아무래도 내가 열심히 하는 그런 업무량에 비해서 수입이 좋은 영역은 아니긴 하죠. 그래서 그런 건 포기해야하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Q. 교수님께서 이번에 맡고 계신 임상법학 수업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나요?? 임상법학 수업을 가르치시면서 가장 중점적으로 학생들에게 바라는 점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이번 학기에 지역사회 법률구조 클리닉과 장애인권 클리닉 2개 수업을 했는데요. 지역사회 법률구조 클리닉은 서울대 구성원들이 제기하는 법률상담을 학생들과 같이 진행했고, 임금 제대로 받지 못하는 농촌 이주 노동자 사건을 대리하는 공익 소송을 학생들과 같이 진행을 했어요.

장애인권 클리닉에서는 저희가 탈시설 관련해서 장애인 거주시설의 문제점으로 주제를 잡았어요. 그래서 하나는 장애인 탈시설 지원법이라고 법안 준비하는 과정에서 학생들과 같이 법안 만드는 과정 같이 참여하는 것과, 또 하나는 이번 겨울에 저희가 소송을 준비하고 있어요. 장애인 거주 시설에서 학대 받아서 사망한 장애인분 건이 있어서 이쪽을 대리해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하는 사건을 소장 작성하는 것을 같이 진행했고요. 그 수업하면서 이런 환경에서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되는 학생들이 많았죠. 농촌 이주노동자도 그렇고 장애인 시설에 거주하시는 분들도 그렇고. 되게 많이 안타까워했죠. 학생들이 열심히 참여를 해줘서 의미 있던 수업이었던 것 같아요.

저는 실제 사건의 처리 하는데 있어서 변호사가 어떤 자세로 어떤 식으로 사건을 대리하는지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사건을 분석하고, 어떤 식으로 쟁점을 파악하고, 어떻게 실제 사건을 대하는지. 그런데 사실 변호사도 결국은 사람의 문제를 해결하는 직종이잖아요. 그래서 사건을 볼 때 이 사건의 문제가 뭔지,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떻게 사람과 소통을 하는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런 쪽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싶고. 그리고 제가 공익적인 사건을 주로 하다보니까 학생들에게 사회적 약자의 문제에 대해서 좀 알려주고, 그런 문제에 대한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임상법학 수업이) 법률지식을 전달하는 수업은 아니잖아요. 결국 실제 변호사가 되었을 때 어떤 식으로 사건을 대하고 의뢰인을 대하고. 또 사건을 운영해나가는지에 대해서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죠. 그렇지만 제가 학생들이랑 같이 진행하는 사건들이 중요한 법적 쟁점들이 다 있는 사건들이라서. 손해배상액 산정이라든지. 국가배상청구, 소멸시효, 임금청구 등 실제 법률 쟁점들도 다루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도 결국은 저는 좋은 법률가가 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역할을 하는 수업이라고 생각해요.

 

Q. 마지막으로 이번에 입학하는 신입생들에게 환영인사나 전하실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A. 코로나로 인해서 서로 만나기도 어려운 시기에 로스쿨에 와서 아쉬운 점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저는 (서울대 로스쿨 학생들이) 사회에서 어떤 식으로든 혜택을 받은 분들이라고 생각을 해요. 서울대 로스쿨이라는게 한국 사회에서 가지는 의미가 있잖아요. 굉장히 좋은 학교이고, 여러 가지 지원들도 많이 있고, 그래서 여러분들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해주는 공간이기 때문에 이 공간을 잘 활용하시고 여기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또 많이 배우고 이 기회를 이용해서 사회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하시는 훌륭한 법조인으로 성장해주시길 바랍니다.


 

 


인터뷰어 : 정규록 공익조교(법학전문대학원 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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