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News Letter VoL.14] PEOPLE_임철 공익펠로우 변호사

작성자
리걸 클리닉센터
작성일
2023-09-14
조회
7

이 코너는 공익법률센터 사람들의 면면을 알아보는 People 코너입니다. 

인터뷰어인 이현아 8기 공익조교(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가 

공익법률센터의 임철 공익펠로우 변호사를 만나보았습니다.

 

 

 

Q1. 임철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인터뷰를 맡은 이현아입니다. 작년 공익인권법전문과정에서 뵙고 이렇게 공익법률센터에서 다시 뵈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뉴스레터 독자들에게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임철 변호사입니다. 저는 작년 7월에 공익법률센터 공익펠로우 제도를 통해 입사한 후 지금까지 1년 좀 넘게 공익펠로우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주로 맡은 영역은 이주민 분들이고요, 상담부터 시작해서 소송까지 법률구조 전반에 대해서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 북한이탈 주민분들의 법률적인 어려움에 대해 외부의 단체들과 협력하여 소송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Q2. 어떠한 계기로 공익변호사로서의 삶을 꿈꾸게 되셨나요?

 

처음 변호사를 꿈꿀 때부터, 변호사는 마땅히 공익을 위해서 일을 해야 하고, 또 그럴 것을 사회가 요구하는 직업이라는 점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정작 로스쿨에 들어오고 변호사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그것이 좀 희석됐었어요. 왜냐하면 제가 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공익진로라던가 혹은 공익변호사들이 어떤 분야에서, 어떤 활동을 할 수 있는지에 관한 정보도 굉장히 적어서 길이 보이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로스쿨 때는 공익에 관한 막연한 혼자만의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당연히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틈틈히 시간내서 하는 게 공익활동인 줄로만 알았어요. 그래서 나도 그렇게 가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죠.

 

그래서 처음에 변호사 시험 합격 발표가 나고 실무수습을 시작한 것도 로펌이었어요. 정보가 없었으니까. 그러던 찰나, 학교에 공익법률센터가 있고 그곳에서 공익 펠로우 변호사를 필요로 한다는 소식을 접한 거예요. 그래서 제가 소라미 부센터장님께 전화해서 어떤 일을 하고, 어떤 방식으로 활동을 지원해 주시는지 물었더니, ‘본인이 평소 관심 있던 분야 한두 개 정도 정해서 그쪽에서 공익활동이 무엇인지 또 공익변호사란 무엇인지에 관해서 생각해보고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또 ‘우리 공익법률센터는 그런 것을 위해 만들어진 곳이니 펠로우 변호사로서 활동하면 전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고 말씀하셔서 그때 ‘이런 곳이 있구나’라고 처음 알았어요. 당시에는 로펌에서 실무수습을 하고 있었는데, ‘이런 기회가 또 있을까?’ 싶기도 하고 내가 이렇게 지금 변호사를 시작하는 마당에, 공익변호사로서 첫발을 내디뎌보는 것도 굉장히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지원했죠.

 

Q4. 지금까지 맡으셨거나, 맡고 있는 사건 중 인상깊은 사건이 있다면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공익법률센터에 온 지 1년 남짓밖에 안 되었지만, 사건들을 굉장히 많이 접했던 것 같아요. 처음 왔을 당시에는 실무수습이 끝나지 않아서 보조를 주로 했는데, 그때 탈북민 여성분이 중국인 남편과 이혼 후 자기 자녀들이 본인의 성을 따르게 하고 싶다고 하셔서 성본 변경 사건을 처음 해보게 됐어요. 그때 ‘아 이런 것도 있구나’ 하면서 굉장히 신선했고, 사건 자체가 복잡하지는 않았는데 공익법률센터가 아니면 경험하기 어려운 사건을 처음부터 접하게 되어서 좋았죠.

 

그다음에는 이주민센터 친구라는 곳에 자원을 해서 외근 신청을 했어요. 그래서 작년 10월부터 지금까지 매주 금요일마다 외근하고 있어요. 서울대학교 내에 이런 무료 법률상담, 법률구조를 받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니까, 센터장님과 부센터장님들도 외부의 단체들과 협력을 해서 공익적인 사건들을 갖고 오길 원하셨어요. 그래서 대림의 이주민센터 친구에 가겠다고 했고, 그쪽에 가게 되면서 이주민분들의 사건들을 많이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보통은 체류자격변경불허처분 취소사건들이 많고요, 더 나아가 한국에 입국하기 전에 사증이 필요한데, 사증발급불허사유 등을 출입국관리소가 굉장히 꼼꼼하게 보기 때문에 그런 사증발급불허처분취소사건들도 있었고요.

 

지금 진행하는 건 형사사건도 있어요. 인도적 체류자격을 받은 분인데, 그분이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다가 또래 친구가 욕설을 해서 홧김에 흉기를 휘두른 사건입니다. 특수상해사건이죠. 사건의 연유를 보면 특수상해라고 하면 죄질이 안 좋은 느낌이 있는데, 모든 사건이 그렇듯 죄명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되는 사건들이 있습니다. 이주민분들은 당연히 본인의 저지른 행위에 대한 처벌을 받아야 하겠지만, 이주민분들의 특성상 처벌에 의한 파급효가 굉장히 커요. 바로 출국조치가 된다던가, 체류자격 변경이 불허된다거나 하는 생활 전반에, 나아가 가족 삶의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효과가 나타나거든요. 그래서 더욱이 법률지원이 필요하고, 또 세심하고 진중하게 다가가야 하는 것 같아요.

 

또 한 가지 기억에 남는 것은, 탈북민 분이셨는데 10여 년 전 한국에 오셔서 한국 사람과 결혼해서 자녀 2명을 낳으셨어요. 그러다 코로나를 만나 남편의 사업이 어려워진 겁니다. 그래서 남편이 이분 명의로 대출을 많이 받으신 거예요. 그래도 생활이 안 나아져서 이혼했는데, 이분 명의로 받은 대출로 1억 가까이 채무가 생긴 거예요. 근데 이혼하고 친권은 가져 온 상태고, 어린 자녀들을 양육하고 있는데 생활이 너무 힘드시니까 우울증으로 병원치료도 받으시던 분이거든요. 그 사건은 탈북민들을 지원하는 하나재단과 협력하며 알게 된 사건인데, 사연이 너무 딱하고 도와드려야겠다 싶어서 맡았어요. 그분께서 말씀하시는 게 빚만 어떻게 없어도 복지 제도 잘 활용하면 살아갈 것 같은데 빚이 문제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개인 파산 면책 사건으로 해보자고 제안했는데, 파산이나 면책을 하나도 몰라서 막막했어요. 그래도 ‘내가 도와드리지 않으면 안 되겠다.’ 하는 마음으로 계속 리서치를 하고, 선배 변호사님들한테 이런 사건 어떻게 하는지 쫓아다니며 여쭤보고 하면서 했었어요. 그렇게 시작해서 한 4개월 만에 파산 및 면책 선고가 났거든요. 그래서 얼마 되지 않은 사건인데, 그분께서 굉장히 감사하다고, 다시 살 수 있는 희망이 생겼다고 말씀하시는데 그때 좀 뿌듯했던 것 같습니다.

 

Q5. 좋은 사건들을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지금 난민 관련 사건에 프로보노로 참여하고 있는데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나라가 ‘국민’이 아닌 이들에게 문이 정말 굳게 닫혀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난민이나 이주민이 국내 정착하는 과정에서 시스템 상의 문제점이 있다면?

 

이주민 분들은 일단 언어가 안 되잖아요.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분들도 법적인 일에 부닥치면 어떻게 할지 모르는데, 이주민 분들은 그 체감 난이도가 5배는 되는 것 같아요. 정말 어디서부터 연락해야 하는지부터 막막한데, 사실 무엇이든 그게 시작이거든요. 우리를 조력할 수 있는 데랑 연락하는 게. 이게 중요한 이유가, 그 단체가 충분한 제공을 못 해도 그쪽을 통해 다른 조력 단체를 찾거나 하면 일이 풀리기 시작하는 거거든요. 그런데 한국분들은 잘 찾고, 가족들이나 주변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되는데, 이주민들은 보통 외톨이로 계시는 경우가 많고 또 이 사회에 당당히 자신을 내놓지 못하는 면이 있거든요. 북한이탈주민도 그렇고요. 그렇기 때문에 접근하려면 심리적인 장벽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제도적인 문제는 두 번째입니다. 사실 제도는 제가 봤을 때는 잘 갖춰놓은 것 같아요. 물론 개선해야 할 점이 있지만, 제도로 다가가는 것에 대한 길만 잘 열어두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분들께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근접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느껴요. 이주민 단체가 있고 하지만 법적인 조력이 가능한 단체는 몇 없고요, 북한이탈주민들은 더 없습니다. 전업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업무를 보면서 북한이탈주민들을 가까이 접할 수 잇는 체계가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Q6. 공익법률센터 소속 변호사로서의 삶이 궁금합니다. 사건 수행 외에도 어떠한 일들을 하고 계시는지요? 더불어 공익법률센터의 자랑할 만한 점이 있다면?

 

법률구조를 메인으로 하고 있긴 하지만 그 외에도 제도개선을 위한 토론회, 세미나, 그리고 이주민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법률교육을 합니다. 법률구조, 세미나, 교육 이렇게 세 가지를 병행하는 것 같아요. 하다보면 법률구조는 개인적인 권리구제의 차원이 큰데, 그쪽의 한계를 느끼는 부분이 있고 결론적으로 제도개선으로 이어져야 하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이 모든 일이 하나의 바늘로 꿸 수 있는 거죠. 그리고 법률구조 전에 예방의 차원에서 교육을 진행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이 모든 것을 함께 병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공익 관련해서 일하시는 분들은 다 이렇게 하고 계시는 것 같아요. 

 

그리고 공익법률센터 자랑이라고 하면, 공익법률센터의 지도 변호사님들이 로스쿨 학생들과 지역사회클리닉 등을 하시면서 학교 차원의 일을 하신다면, 또 펠로우 변호사 제도가 있음으로 인해 그 영역을 확장함에 따른 여러 층위가 있어요. 그런 면에 있어서 공익법률센터가 하는 일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고. 더 체계적인 면이 있습니다. 특히 로스쿨이 도입될 때, 기존 법조인양성의 문제점을 타파하려고 만든 거잖아요. 하지만 변호사 시험이 결부됨으로 인해 제대로 작동을 못 했는데 그것을 서울대가 앞장서서 기존의 로스쿨 도입 취지를 잘 살리고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 영향이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 다른 로스쿨로도 확산하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하고 있습니다.

 

Q7. 공익법률센터에서 인상 깊은 기억이 있다면?

 

항상 인상 깊습니다. (웃음)

 

원래 회사를 가든 직장을 가도 다양한 사람들을 뵙기는 쉽지 않아요. 그런데 공익법률센터는 임상교수님들도 계시고, 변호사 7-8년차 되는 분들도 계시고, 변호사를 이제 막 시작하는 분들도 계셔서 같은 변호사지만 다양한 연차의 분들과 함께 있어 배우는 것이 많습니다. 사건을 받아 보더라도 그분들의 시각이 다르고, 또 지도도 받을 수 있어서 좋아요. 

또 공익 관련 활동을 하다 보면 당사자뿐 아니라 협력하고 연대하는 활동가분들, 국회의원분들, 지원해주는 종교단체 분들을 비롯해서 굉장히 다양한 사회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요. 그것이 이런 공익변호사 업무를 하지 않으면 접해보기 힘든 경험들이거든요. 그분들이 다 스타일이 다르고, 어떤 경우에는 생각도 약간씩 차이가 있는데 그런 것들을 보면서 함께 맞추어 가는 협력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경험도 재미있고 유익합니다.

 

Q8. 이제 곧 공익법률센터를 떠나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처음 공익법률센터에 오실 때 세우셨던 목표를 이루셨나요?

 

사실대로 말씀드리면 목표한 것의 절반도 못 이룬 것 같아요. 애당초 목표가 잘못됐던 것 같아요. 공익변호사를 전업으로 활동하면 1년 안에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겠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왔는데, 막상 일을 해보니까 계속 새로운 것들이 보이는 거예요. 한 분을 구제한다고 해서 그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더라고요. 사건은 사건대로 해결이 되지만 여전히 이 문제는 남아있어서 또다른 피해자들이 나타나고, 그렇기에 결국 제도개선까지 이뤄져야 하는데 그건 시간과 역량이 많이 필요한 작업이라고 느껴서 점점 ‘할 일이 많구나’ 느꼈던 것 같아요. ‘짧은 시간 안에 뭔가 이뤄내겠다는 게 잘못된 생각이었구나.’ 앞으로 해야 할 일들에 대해 숙제를 가지고 가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혼자 머릿속으로 그려만 보던 사건들과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 당사자들을 만나고, 피해 내용을 듣고, 어려움을 들음으로 인해 이제는 머리로만 이해하는 게 아니라 그분들과 공감하는 변호사가 되어가는 것이 아닌가, 그거 하나만 가지고 가도 제게는 굉장히 의미있었던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Q9. 법학전문대학원 학생들 중 경제적인 이유로 공익변호사로서의 진로를 고민하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이러한 친구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조언이 있으신가요?

 

‘현실적인 문제를 무시하고 공익을 해야 한다’고 말하긴 힘들고, 본인만이 생각하는 사회의 발전상 혹은 인권상이 있을 거예요. 넓게 보면 공익적인 생각들이 있을 겁니다. 그런 생각들을 펼칠 기회가 꼭 옵니다. 예상치 못한 때 기회가 주어지기도 하고, 본인이 구체적으로 설계해서 나아가도 좋겠죠. 그런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그런 마음을 잃지 않았기 때문에 선뜻 공익법률센터에 지원했던 거죠.

 

모든 선택에는 기회비용이 있지만, 결국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내가 잃어버리는 비용보다 더 많은 비용을 얻어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당장 길이 안 보인다고 조급해하지 말고, 또 변호사는 항상 공익을 생각해야 하니까, 그 마음을 잃지 말고 계속 유지하면 좋겠습니다. 

 

 

인터뷰어: 이현아 공익조교 (법학전문대학원 2학년) 




 

 

  • 등록된 첨부파일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