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법률신문(사설) / 2021. 05. 27.] 법학전문대학원은 공적 진로에 관심을 가져야
변호사업계의 경기 악화를 배경으로 하여, 대한변호사협회가 신규 변호사의 실무수습 대상자 숫자를 제한하고, 이에 대해 변호사시험 합격자들이 반발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이런 사태의 근본에는, 변호사업무를 법원을 중심으로 한 송무 위주로만 인식하고 운영하는 한국 법조계의 오래된 관행이 깔려 있다.
송무는 아주 중요하고 근본적인 변호사 업무이지만, 이것은 드넓은 변호사 직역 중의 일부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호사시험이 판례지식의 문답에 치우친 점, 그에 따라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육이 기본 실정법의 해석 위주에 치우친 점으로부터 영향을 받아서, 로스쿨 학생들조차 자신들의 앞에 드넓게 펼쳐진 법률업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변호사 수의 급증으로 사적 법률시장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져 가고 있지만, 공적 진로에 대해서는 학생들도 잘 모르고, 각 법학전문대학원도 대부분 무관심한 듯하다. 법학전문대학원 졸업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공적 진로에는 재판연구원 또는 검사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변호사가 많이 늘어난 현재에도, 생각보다 많은 사회단체 및 조직들이 법률을 아는 법률전문가의 관여에 목말라 하고 있다.
물론 사적 법조직역에 비하여 보수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이 신규 변호사들을 강하게 끌어들이지 못하는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일에서 얻는 보람, 공공법률 영역에서의 전문화 가능성, 향후의 공적 직위로의 진출가능성 등을 생각해 보면, 신규변호사들이 공적 진로로 나아가는 것도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다. 미국에서도, 공익법률을 진로로 택하는 신규 변호사들의 보수는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그리 많지 않지만, 그래도 매년 많은 신규 변호사들이 이쪽으로 들어오고,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법조 커리어는 길게 보아야 한다. 당장의 수입이 중요할 수도 있지만, 10년 후의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면서 보람있는 일에 도전하는 신규 변호사들이 필요하다. 전국의 각 법학전문대학원은 이런 학생들을 도와서, 공익적 진로를 안내하고 연결시켜 주는 일을 강화해야 한다. 최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이 '로스쿨 공익진로 현황 발표 및 간담회'를 개최하고 여러 로스쿨의 교수들은 물론 여러 학생들이 이에 참여하여 토론을 한 것은, 이런 면에서 고무적이다. 전국의 각 법학전문대학원은 변호사시험 교육에만 매달리지 말고, 학생들의 공익적 진로에의 진출에 더 큰 관심을 가지기를 촉구한다. 로스쿨의 법학교육 단계부터 학생들의 시야를 한국 내 송무로 한정시키는 것은 좋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