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뉴시스/ 2023.02.22.] 동성부부 법적인정 현실화되나? 법조계 "당장은 어려워"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3-02-22
조회
97


 <기사내용 요약>


항소심 "동성도 피부양자 될 수 있어"


"사실혼·동성결합 본질 다르지 않아"
 

법조계 "영역 한정적이지만 유의미"


"입법이 대법 판례 따라오는 식 돼야" 


"장담 못해…국회·정부 나서야" 의견도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결혼 5년차 동성부부 소성욱씨와 김용민씨가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국민건강보험공단 상대 보험료 부과 취소 처분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 후 입장을 말하며 기뻐하고 있다. 2023.02.21.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신귀혜 기자 = 동성 부부라는 이유로 가입자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 자격을 박탈한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의 처분은 부당하다는 항소심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법조계에서는 성소수자 인권 보호를 위한 '의미있는 판결'이라는 평가다. 법적 테두리 바깥에 있던 동성 결합을 경제적·정서적 공동체로 인정한 첫 판결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판결로 '다른 법적 영역에서도 동성결합을 인정하는 방식으로 곧바로 확대 적용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결국 대법원·헌법재판소의 '혼인'에 대한 판례 변경 여부가 동성결합 당사자들의 제반 권리 문제를 풀어갈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1-3부(부장판사 이승한·심준보·김종호)는 소성욱씨가 건보공단을 상대로 "건강보험료 부과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전날 1심을 뒤집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결혼 5년차 동성 부부인 소성욱·김용민씨는 건보공단이 '동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직장가입자 소씨의 피부양자 김씨의 자격을 박탈한 것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소씨와 김씨는 소송을 제기하며 자신들이 주관적인 혼인 의사와 객관적인 혼인 실체를 모두 충족하고 있으므로, 동성결합이라는 이유로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월 1심은 '남녀 간 결합'을 '혼인'의 근본 요소로 간주하는 민법과 과거 대법원·헌법재판소 판례를 들어 이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전날 항소심도 이들의 사실혼 관계는 현행법상 인정될 수 없다고 봤지만, 동성결합의 실질에 대한 판단을 달리 하며 판결을 뒤집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사실혼과 동성결합 모두 법률적 의미의 가족관계에 포함되지 않는 정서적·경제적 생활공동체"라며 두 관계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건보공단의 처분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동일 집단 차별'이면서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이라고 판시했다.


이례적으로 "공법적 영역에서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며 차별에 반대하는 메시지를 덧붙이기도 했다.


이번 판결은 사실혼 부부에게 인정돼 온 일부 법적 권리 중 사법 영역을 통해 동성결합에게도 인정된 첫 긍정적 판단이다.


지난 2014년 서울서부지법에서 심리한 영화감독 김조광수씨 부부의 '동성간 혼인신고 불수리 불복' 사건, 2003년 인천지법에서 심리한 '동성 사실혼 관계 해소 및 재산분할' 사건 모두 동성 간 혼인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전제 하에 받아들여지지 않은 바 있다.


법조계에서는 전향적인 판결이라며 환영하는 모습이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결혼 5년차 동성부부 소성욱 씨와 김용민 씨가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국민건강보험공단 상대 보험료 부과 취소 처분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 후 입장을 말하고 있다. 2023.02.21.  mangusta@newsis.com


고법 부장판사를 지낸 조용현 법무법인 클라스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피부양자의 범위를 선언한 것이어서 동성간 혼인관계에 대한 직접적 판단은 아니다"라면서도 "결국 사실상의 배우자로서 인정한 셈이라 굉장히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평했다. 


다만 이번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동성결합 당사자들의 다른 법적 권리에 직접 영향을 주지는 못할 전망이다.


범유경 서울대 공익법률센터 변호사는 "재판부에서 '공법적 영역에서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은 설 자리가 없다'고 명시했기에 민법·가족법 등 다른 영역에까지 이 판결을 확장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동성결합 당사자들이 피부양자 자격을 넘어 법적 혼인관계를 인정받는 데까지 나아가려면 항소심 재판부에서 근거로 든 대법원 판례 등 상급심들의 판단이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재판부에서는 혼인을 남녀 간 결합으로 규정한 과거 대법원·헌법재판소 판례를 근거로 들어 소씨 부부의 현행법상 사실혼 관계도 성립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김민호 법무법인 혜인 변호사는 "혼인신고 수리거부 취소 등 비슷한 행정사건에서 인용할 만한 판결"이라며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법적 판단이 오랜 시간이 걸려 바뀐 것처럼, 전향적인 하급심 판결이 누적되면 상급심도 이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변호사도 "이런 사건들의 경우 전부 입법으로 해결한 것이 아니라 대법원 등 판결이 나오면 그에 맞춰 입법이 뒤따라 가는 식이었다"며 "동성혼의 경우에도 국회에서 바로 입법으로 해결하기 쉽지 않은 만큼 상위기관들의 판단이 수반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대법원 등의 판례가 달라질 수 있을지, 만약 달라진다면 시간이 얼마나 소요될 지 알 수 없는 만큼 국회와 행정부 등 다른 기관들의 노력도 꼭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범 변호사는 "지금은 대법원 판결에 무조건적으로 기댈 수 없는 상황에서 의미 있는 하급심 판례가 나온 정도로 정리가 된다"며 "국회가 생활동반자법 등 현재 계류중인 관련 법안을 적극 논의하거나, 이번 판결처럼 관계 행정청에서 법 해석을 달리 하는 방식으로 성소수자 권리를 증진할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marimo@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