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23.5.9./ 경향신문] 'K-콘텐츠' 세계 휘어잡아도...창작자 '정당한 보상' 어렵다고?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3-05-10
조회
58
지난해 9월 1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 에미상 수상 기념 간담회에서
황동혁 감독을 비롯한 배우와 스태프가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영화 <기생충> 등 K-영상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이익을 거둬도 창작자들은 이에 따른 적절한 보상을 받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창작자들은 창작 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공익법률센터와 사단법인 오픈넷, 한국영화감독조합, 웹툰작가노조 등은 9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창작 노동의 정당한 보상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서는 영상 콘텐츠 창작자의 ‘정당한 보상’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감독·작가 등 영상 창작자는 저작권법에 따라 저작권을 받지만, 막상 영상이 유통되고 수익을 내는 단계에서는 저작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저작권법상 영상저작물 특례조항에 따라 이때부터는 영상제작자가 대부분 저작권을 양도받은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영상 콘텐츠가 폭발적 인기를 얻어 높은 수익을 창출해도 창작자가 직접 그에 걸맞은 보상을 요구하기 어렵다.


김정현 법무법인 창경 변호사는 “최근 거대해지고 복잡해진 디지털 유통 체인으로 인해 이런 괴리는 더 커지고 있다”며 “감독, 작가의 손을 떠난 저작권은 끝없이 이어지는 디지털 유통 체인 속에서 수익을 벌어들이지만, 정작 창작자는 이 거대한 유통망의 이익구조 속에서 사실상 배제되고 있다”고 했다.


창작자와 제작·유통사 사이의 불균형한 권력 관계도 문제로 지목된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문화콘텐츠는 배급 및 유통에 자본력의 투입이 용이해 실제로 배급 유통업자들이 창작자들보다 우월한 협상지위를 가지고 있다”며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가진 배급 유통업자들이 매절계약(계약 체결 때 창작자에게 정해진 금액만 지불하고 이후 발생하는 모든 저작권료 수익은 회사가 갖는 계약)등으로 창작자들로부터 저작권을 완전히 획득하는 현상이 빈번하다”고 했다.


서울대 공익법률센터와 사단법인 오픈넷, 한국영화감독조합, 웹툰작가노조 등이 9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창작 노동의 정당한 보상 정책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웹툰작가노조 제공
 

토론회 참석자들은 유통 및 수익 창출 단계에서도 창작자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콘텐츠 흥행에 따른 비례적 ‘보상’을 받도록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창작 노동에 따른 기본적인 보상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다. 현재 독일과 프랑스, 스페인 등 28개국은 이 같은 ‘정당한 보상’을 법제화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발의한 저작권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 각 법안은 수익에 따른 ‘보상권’을 가지는 영상저작자에 연출자·각본가 등을 포함하고, 보상금 산정에 필요한 객관적인 정보를 창작가가 알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박현진 한국영화감독조합 부대표는 “정당한 보상이 제도화된다고 해서 창작자들의 수입이 획기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정기적 수입으로 생활이 안정되고 상시적 창작 원동력을 얻을 수 있다”며 “정기적인 수입과 창작자로서의 자존감은 창작자가 주도하는 프로젝트의 양과 질을 증가시키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대표적인 창작노동자이자 플랫폼에 종속 돼 일하는 웹툰 작가들도 ‘정당한 보상’에 주목했다. 정곤지 웹툰작가노조 운영위원은 “웹툰 작가들은 플랫폼에서의 원 수익이 어떤 근거로 산정되는지, 내 작품을 유료로 보는 독자가 몇인지도 알 수 없다”며 “영상창작자들이 요구하는 저작권법 개정안에 다뤄진 원칙이 전 분야에 적용된다면 창작 노동의 최소한의 대가에 대한 법제적 뒷받침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