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활동 · 참가 후기


[제1기 공익조교 활동소감문] 공익법률센터 조교활동을 마치고_구한결 조교

작성자
리걸 클리닉센터
작성일
2020-09-07
조회
14

공익법률센터 조교활동을 마치고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2학년 구한결

 

I. 들어가며

안녕하십니까, 서울대학교 로스쿨 11기 구한결입니다. 저는 2020년 5월부터 약 3개월간 공익법률센터(이하 ‘센터’) 제1호 조교로 일했습니다. 공익법률센터는 2019년 8월에 개소하였고, 이미 그 역사가 오래 된 공익인권법센터와는 다른 기관입니다. 비록 제가 근무한 기간은 공익법이라는 거대한 분야를 주마간산할 수밖에 없었을 만큼 짧았지만, 그 과정에서 법실무와 법률가로서 가져야 할 태도 등에 대해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조교로서의 활동 기간이 끝났다는 것이 아직도 믿기지 않을 만큼 아쉽고, 센터에서 받았던 환대를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 한편이 따뜻해지는 가운데, 이제 이 지면을 빌려 센터에서의 경험을 간략하게나마 풀어보고자 합니다.

II. 활동 소개

먼저 제가 했던 활동들을 간략히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 부분은 으레 법무실습에 나가면 하는 일들과 유사하면서도 모두 실제 사건을 기초로 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됩니다.

1. 리서치
법률문서 작성의 기본은 리서치라고 배웠습니다. 제가 공익법률센터에 들어와 가장 먼저 하게 된 일 역시 리서치였습니다. 어떤 사건이 센터에 접수되면, 담당 변호사님께서 그 사건의 쟁점을 설명해 주시고 그와 관련된 법령, 판례, 기사 등을 찾아오라는 업무를 주십니다. 조교들은 서로 상의하여 각각 분야를 나누거나 변호사님께서 나누어주신 역할분담에 따라 리서치를 수행하게 됩니다. 제 생각에 변호사님들께서 리서치를 첫 업무로서 주시는 데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리서치는 담당 변호사님께서 사건을 보다 쉽고 직관적으로 이해하실 수 있도록 관련 자료들을 보기 좋게 정리하는 데에 그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리서치는 조교들 스스로 해당 사건과 관련된 정보들을 수집하며 그 사건의 쟁점들에 대하여 공부하는 기회가 된다는 것입니다. 특히 제가 맡았던 사건들의 경우, 어쩌면 당연하게도, 이미 변호사님들께서 사건에 대해 잘 알고 계셨기 때문에 후자의 의미가 더욱 크게 다가왔습니다.리서치를 거듭하다보면 더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 나오기 마련인데, 담당 변호사님께서 이 부분을 짚어 주시면 그와 관련하여 계속 리서치를 수행하게 됩니다.

2. 서면 초안 작성
리서치가 많이 필요 없을 만큼 간단한 사건이나 리서치가 필요한 복잡한 사건에서 리서치가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나면 본격적으로 서면을 작성하게 됩니다. 일부 사건들의 경우 쟁점이 복잡하지 않아서 몇 시간 내에 금방 완성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리서치가 수회씩 이루어지는 복잡하고 중요한 사건들의 경우, 리서치 결과물이나 상대방 작성 서류 등 참고해야 할 자료들이 많아 며칠, 몇 주씩 걸리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서면을 작성하고 나면 담당 변호사님께서 바쁘신 와중에도 틈틈이 코멘트를 해 주심과 더불어 부족한 점들을 짚어 주시기도 하였습니다.

3. 외부 회의 참석
여건에 따라 담당하고 있는 사건과 관련된 외부의 회의에 참석하거나 재판을 방청하는 일 등을 하게 될 수 있습니다. 저는 2~3번 외근을 했습니다.

4. 그 외
그 외에 임상교수님들이나 변호사님께서 요청하시는 업무를 하게 됩니다. 저의 경우, 임상법학 수업 진행과 관련된 리서치를 하기도 했고, 한 교수님께서 외부에 투고할 논문에 대해 조교들의 코멘트를 부탁하셔서 감히 의견을 드렸던 적도 있었습니다.

III. 사건과의 만남

센터 조교 활동 가운데에 인상 깊었던 경험이 있어 한 가지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조교 활동 기간이 끝나갈 무렵의 일입니다. 이미 몇 주 동안 수차례 리서치를 하고 관련된 서면도 작성하여 보고 외부 변호사님들과 회의도 했던 사건으로, 그날도 여느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 사건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었습니다.그런데 어느 날 새로 받은 일, 즉 서류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는 여러 사실관계를 정리해 서면에 올릴 수 있도록 하나의 이야기로 엮는 작업을 하며, 그러한 저의 생각이 속단이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사자들의 인터뷰와 진술서를 정리하고, 그들에게 일어난 (어쩌면 법률적으로는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는) 대소사를 모두 접하고 나니, 사건이 새로 보이는 경험을 하게 된 것입니다. 마치 제가 당사자가 된 것처럼 마음이 쓰리고 화가 났습니다. 회고하건대 저는 그 순간 그 사건을 처음으로 “만났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아주 막연한 감정이지만, “내 일”이라고 불렀던 남 일이 처음으로 내 일로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런 경험을 센터장님께도 말씀드렸더니, 완곡한 어조로, 오히려 그럴 때일수록 차갑게 사건을 바라보아야 하고 원피고 중 그 누구도 절대선이 아님을 인식하는 것이 법률가의 태도일 수 있다는 말씀을 해 주셨는데, 이 또한 큰 깨달음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센터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며 아주 조금 더 나아진 예비법률가로, 그리고 아주 조금 더 성숙한 한 명의 사람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IV. 학업과의 양립가능성

글을 마무리하기에 앞서, 센터 조교 지원을 고민하는 원우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바로 센터 조교 활동은 로스쿨생의 학업과 양립이 가능하며, 오히려 학업에 더 도움이 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로스쿨생이라면 어떤 활동을 하기에 앞서 ‘이것이 내 공부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를 먼저 고민하게 되고 저 역시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임상교수님들이나 센터 소속 변호사님들께서도 위와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계시기에 업무에 있어 가능한 한 배려를 해 주려 하십니다. 업무의 마감일을 넉넉히 설정해 주시거나, 조교들의 업무량을 주기적으로 체크하여 이미 너무 많은 일을 하고 있는 경우 추가로 업무를 배당해주지 않으시거나, 혹은 시험기간과 같이 업무에 온전히 집중하기가 어려운 경우에는 일단 휴식을 주기도 하시는 등, 담당 변호사님과의 의사소통을 통해 당장의 학업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해나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센터 조교로서 수행하는 업무는 모두 실제 사건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조교로서는 로스쿨 1학년 혹은 2학년 과정의 공부가 앞으로 법률가로서 활동해 나가는 데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깨달을 수 있습니다. 즉, 길게는 몇 달, 짧게는 며칠 전에 배운 법지식을 곧바로 적용 내지 응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이를 통해 저는 로스쿨에서의 공부가 좀 더 살아있는 과정이라고 느끼게 되었고, 이는 다시 자리로 돌아와 공부를 할 때에 신선한 자극으로 돌아왔습니다.

V. 마치며
조교 활동 기간 중 더러 “조교 일은 어때?”라며 물어온 원우들이 있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저는, 누구에게든 특히나 공적인 진로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강력 추천하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공익법 쪽으로 진로를 희망하는 원우들은 공익법무를 실제로 해 보고 관련 부문에 종사하시는 실무가들을 실제로 만날 기회도 가질 수 있습니다. 꼭 공익진로에 뜻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조교로서 실제 법률사무를 처리하여 보고, 인격적으로 보나 법률가의 경력으로 보나 존경하지 않을 수 없는 대선배님들로부터 실무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어디에 또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조교 활동 기간 내내 센터장님, 부센터장님, 센터 소속 임상교수님들, 상근변호사님들, 펠로우 변호사님, 여러 행정직원 선생님들로부터 정말 따뜻한 환영을 받았습니다. 이 지면을 빌려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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