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활동 · 참가 후기
[제1기 공익조교 활동소감문] 공익법률센터에서의 세 달을 벌써부터 추억하며_최호연 조교
공익법률센터에서의 세 달을 벌써부터 추억하며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1학년 최호연 조교
“학부 생활 초반에는 사회 문제에 대한 책임을 실천할 구체적인 방법을 떠올리기 어려웠습니다. 정치적 권력 기제와 사회적 차별에 대해 열심히 공부했음에도, 정작 길거리에서 성희롱이나 인종차별을 당했을 때 그 이론들을 직접 활용할 수 없는 사실에 무력감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휴학 기간 공익법단체에서 인턴으로 일하며, 변호사가 됨으로써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 존재인지’ 를 알아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법을 통해 약자들을 돕는 변호사님들을 도와드리면서, 변호사가 된다면 법이 상정하는 사회를 더 촘촘하게 해석하여 약자들의 삶에 놓인 장벽들을 허무는 데에 직접 기여할 수 있으리란 기대가 생겼습니다. 또한 전문성을 활용하여 법의 제, 개정을 위해 노력하며 약자를 더 취약하게 만드는 사회적 구조를 바꾸는 데에 일조하고 싶어졌습니다.”
로스쿨 입학 자기소개서에 적었던 내용입니다. 하지만 조금 더 실용적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서 내가 원하는 변화를 만들고 싶다던 희망찬 마음은, 로스쿨 첫 학기 수업을 들으며 차츰 희미해져 갔습니다. 우선 민법 헌법 헌법 수업이 너무 어려웠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다들 모든 수업을 잘 따라가는 듯한데, 판례를 아무리 읽어도 이해하지 못하는 내가 과연 변호사가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매일 들었습니다. 조바심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느라, 평소 관심 있던 주제들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는 커녕, 인권법학회 소모임 단톡방에 올라오는 기사들을 클릭해 읽어볼 마음의 여유조차 갖지 못했습니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로스쿨에 온 건데, 왜 지금 당장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할까?’라는 속상한 마음도 생겼습니다.
그러던 와중 공익법률센터 조교 모집 공고를 보고, ‘더 이상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변호사시험 이후로 미루고 싶진 않다’는 마음으로 지원을 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센터 분들과 함께 일할 기회를 얻게 되었고, 센터에서 일하는 3개월 간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센터에서 주로 맡았던 업무는 여러 형태의 법률 조력을 위한 자료 조사 및 번역이었습니다. 부모의 돌봄을 필요로 하는 성인 내국인 자녀를 가진 결혼이주자의 체류 자격에 대한 해외 법제도를 조사하기도 했고, 센터가 접수한 학내 구성권 법률 상담을 위한 사전조사를 해볼 기회도 있었습니다. 특히, 공익법센터 어필이라는 시민단체와 공익법률센터가 함께 진행하는 난민소송의 서면 일부 작성을 도와드렸던 일이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어필은 제가 학부 시절 인턴으로 활동했던 단체인데, 학부생 시절 제 역할은 국가정황정보 조사에 집중되어 있던 반면, 로스쿨생으로서는 직접 서면을 작성해볼 수 있었어서 굉장히 뜻깊었습니다.
센터의 변호사님, 교수님, 직원 선생님들과 함께 일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특히, 법학 공부를 하며 사례 문제를 푸는 것과, 실무에서 직접 당사자가 직면한 문제를 함께 처리하는 것은 천지 차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또, 서면을 부족하게나마 직접 작성해 보며, ‘당사자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사람’으로서의 책임감을 깊게 느꼈습니다.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하면 원고들이 겪게 박해의 위험을 설득력 있게 입증하면서도, ‘가엾고 무력한 난민/피해자’ 이미지를 재생산하지 않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다시금 배웠습니다.
이렇게 배울 점 많은 분들과 함께 일할 때마다, 그리고 그분들이 난제를 마주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정말 부족한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센터에서의 3개월이 저를 시무룩하게 만들었다는 뜻은 절대로 아닙니다. 오히려 더욱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야겠다는 동기를 부여받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법학 공부는 여전히 많이 어렵지만, 센터에서 일하면서 ‘이 공부를 한다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겠다’는 희망과, ‘공부를 하면서도 하고 싶은 일을 틈틈이 하면 되는구나’라는 용기가 다시금 생겼습니다. 또, ‘내가 헤매고 있을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어른들이 여기에 계시는구나’라는 믿음도 생겼습니다.
이런 긍정적인 에너지와 많은 가르침을 주신 센터의 구성원 분들께 다시금 감사드립니다. 이 글을 읽으신 학우 분들도, 나중에 공익법률센터 조교 모집 공고가 올라온다면 꼭 지원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 등록된 첨부파일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