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14기 이현아

 

 

1.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제8기 공익조교로 활동한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2학년 이현아입니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공익조교가 되기 위한 지원서를 썼던 것이 정말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한 학기가 지나 벌써 소감문을 쓸 때가 되었다니 그저 감회가 새롭습니다. 그동안 해왔던 일들을 찬찬히 살피며 약 5개월의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을 돌아보니, 그동안 기대 이상의 많은 것들을 배우고 얻어 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지금부터는 공익조교로 활동하며 느낀 공익조교의 효능을 적어보려 합니다.

 

2. 공익조교의 효능

 

♠ 시야가 좋아집니다.

 

각종 사건이나 서면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고 깊어집니다. 공익조교로 활동하면 학내 구성원을 대상으로 하는 법률상담, 공익법률센터에서 수행하는 각종 사건 관련 리서치, 소송사건에 대한 서면 작성 등 여러 영역에 걸쳐 다양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이는 자신이 지금껏 접하지 못했던 분야를 직접 탐구하는 경험을 할 수도 있고, 혹은 수업 등을 통하여 이미 배운 내용을 실제 사건을 통해 다시금 되새길 수도 있음을 의미합니다.

 

일례로 저는 임대차에 관해 아는 것이라고는 ‘민법3’ 강의에서 반쯤 울며 겨자먹기로 공부한 내용이 전부였는데, 전세사기 관련 법률상담을 준비하며 주택임대차보호법과 민법상 법리는 물론 실질적인 전세사기의 대처방안까지 폭넓게 조사하며 책 너머로 배움을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 덕에 이전에는 별 관심 없던 전세사기와 임대차 관련 뉴스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세상을 좀 더 넓게, 그리고 좀 더 ‘명확한’ 시야로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 갈증해소 효과가 탁월합니다.

 

일방적 강의식 수업이 주를 이루는 법학전문대학원의 수업을 듣다 보면, 늘 실무에 대한 갈증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감히 말하건대, 공익조교 활동은 이러한 실무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최적의 수단입니다. 의뢰인 당사자를 만나 법률상담을 진행하는 것은 물론, 실제 사건에 사용될 서면이나 의견서를 직접 작성할 수도 있는 활동은 (적어도 학내에서는) 공익조교 활동이 유일하기 때문입니다.

 

저의 경우 공익조교로 활동하기 전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를 비롯한 공익 관련 기관에서 두 차례 실무수습에 참여하였고, 이들 실무수습을 통해 실무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 왔습니다. 그렇지만 기관에서의 실무수습은 학기와 병행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고, 기간도 최대 1개월(4주)이어서 끝날 때쯤이면 늘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런데 공익조교 활동은 약 5개월의 시간 동안 원하는 만큼 마음껏 실무에 참여할 수 있어 기대 이상의 풍부한 실무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후술하겠으나 이러한 실무경험은 학기 중 학업의 동기부여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어, 한 학기 동안 지치지 않고 달리는 데에도 공익조교 활동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됩니다.

 

주입식·암기식 학습을 벗어나 스스로 생각하는 기회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공익사건의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한데, 공익사건들의 경우 명확한 판례법리가 정해져 있지 않아 새로운 법리를 개발하거나, 혹은 이미 존재하는 판례 법리에 도전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미 존재하는 법리를 공부해야 하는 대부분의 법학전문대학원 수업과 공익조교 활동의 가장 큰 차이점이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지금껏 접해왔던 것과 그 접근방식부터 내용까지 완전히 색다른 것을 조사, 주장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상황들을 마주하며 스스로 능동적인 사고를 하게 되어 두뇌 발달에 기여합니다.

 

이번 공익조교 활동에서 가장 애먹었던 사안이기도 한데, 특정 국가가 출입국 관련 행정에 대해 외국인에게 불복을 허용하는지 여부를 리서치하는 업무가 있었습니다. 고유문자를 사용하는 국가인 데다, 원칙적으로 판례를 비공개하는 국가였기에 단순한 구글링으로는 절대로 원하는 결과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에 조금이나마 원하는 결과에 가까워지고자 이리저리 다양한 접근방식을 모색했고, 그 과정에서 오랜만에 스스로 머리를 회전시키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웬만한 해외 리서치는 이것보다 쉽겠다’는 자신감도 덤으로 얻을 수 있었습니다.)

 

♠ 정신을 맑게 해줍니다.

 

법학전문대학원을 다니며 정신이 탁해지는 경험, 한 번쯤 해보시지 않으셨나요? 아무리 청운의 뜻을 품고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했다 한들, 매일 비슷한 수업과 공부를 반복하다 보면 누구든 지치는 순간이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특히 공익진로를 꿈꾼다면, 공부 외에도 다양한 요인들이 정신을 어지럽히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공익진로라 하면 특정 학생들만 관심 있는 분야 취급을 받고, 공익진로를 꿈꾸는 사람들은 대단하다는 시선과 낮게 보는 시선을 동시에 받는, 어딘가 독특한 취급을 받기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공익조교라면 이런 어지러운 세상을 뒤로 하고 따스한 공익법률센터에서 친절하고 유능한 변호사님들과 함께할 수 있습니다. 훌륭한 경험과 경력을 쌓아오신 멋진 변호사님들과 자유로이 소통하고 친해질 수 있으며, 원한다면 언제든지 함께 식사하며 진로나 학업에 관한 고민도 나눌 수 있습니다. 함께하는 다른 공익조교와 일하며 나누는 잡담도 유익하고 재미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제8기 공익조교로 함께 활동한 15기 오민아 원우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표합니다. 한 학기 동안 놀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튼 이처럼 같은 곳을 바라보는 이들과의 대화는 맑은 정신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 꾸준히 공익사건들을 섭취하는 것은 공익에 대한 열정을 단단하게 가꾸어, 정신을 어지럽히는 여러 방해물에도 굴하지 않고 스스로의 공익지향성을 지키도록 도와줍니다.

 

♠ 성장기 로스쿨생의 성장을 돕습니다.

 

법학전문대학원은 한 명의 학생이 법조인으로서 성장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법조인으로서의 성장은 ‘법학지식’에만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건을 만나든 차근히 풀어갈 수 있는 논리적 사고력, 다른 사람들과의 협업의 기초가 되는 의사소통 능력, 그 외 리서치를 하고, 설득력 있는 글을 쓰는 등 실무를 ‘잘’하기 위한 자잘한 역량들이 모두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공익조교 활동은 소송 등 실무에의 참여, 변호사님들과의 풍부한 소통, 각종 리서치와 법률상담 진행 등 다양한 실무경험을 통해 이들 역량을 고루 발전시킴으로써 성장기 로스쿨생이 예비 법조인으로써 쑥쑥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특히 실제 사건에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하는 경험은 한 명의 개인이 법조인으로서 겪을 수 있는 시행착오와 희로애락을 미리 겪도록 도움으로써 법조인으로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나아가 개인적인 경험이기는 하나, 저는 법학 공부 자체보다는 그것이 실무에 활용되는 것에 훨씬 큰 흥미를 느꼈기에 공익조교 활동을 하며 오히려 법학을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었고, 공부에 대한 열의도 더욱 커졌습니다. 일례로 1학년 2학기에 수강한 ‘공법 3’ 강의를 수강할 적에는 행정법에 큰 관심을 갖지 못했으나, 이번 학기에 공익조교 활동의 일환으로서 실제 행정소송 사건의 원고적격과 처분성에 관한 내용을 검토, 작성하며 처음으로 ‘행정법은 재미있다.’는 감각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열심히 할 걸….’이라는 생각도 함께 느꼈기에, 어떤 과목이든 일단 열심히 해보자는 동기부여도 크게 받았습니다. 이처럼 공익조교 활동은 로스쿨생의 각종 역량의 성장뿐 아니라 정신적 성장에도 큰 도움을 줍니다.

 

3. 나가며

소감문을 이렇게까지 열심히 쓸 생각은 없었는데 점점 말이 길어지는 것을 보니 공익조교 활동이 끝나는 것이 많이 아쉽기는 한가 봅니다. 돌이켜보니 분명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는데, 분명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여러 이유로 그러지 못했던 순간들이 기억나 죄송하고 아쉬운 마음이 남습니다.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았음에도 늘 칭찬과 함께 따뜻하게 품어주신 센터의 변호사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센터의 변호사님들은 한 학기 동안 제게 좋은 선배이자, 스승이자, 롤모델이 되어 주셨습니다. 덕분에 앞으로 마음이 흐트러질 때마다 꺼내볼 수 있는 좋은 기억을 많이 가져갑니다.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덧. 함께 공익조교로 활동한 15기 오 모 양이 목차 일부를 보고 ‘약 파는 것 같다’고 했는데, 직접 한 학기 동안 복용하고 파는 것이니 믿고 한번 드셔 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공익법률센터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