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활동 · 참가 후기
[제11기 공익조교 활동소감문] 실무도, 사람도, 진심도 배운 날들
작성자
공익법률센터
작성일
2025-07-18
조회
35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15기 최형식
안녕하세요, 공익법률센터의 제11기 조교로 2025년 2월부터 7월까지 업무를 수행한 최형식입니다. 지면을 통하여 여러분께 공익조교로서 보낸 값진 시간의 소감을 나눌 수 있어 기쁜 마음입니다. 공익법률센터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과 가르침을 되새길 수 있어 도리어 제게 귀중한 기회이기도 합니다.
공익법률센터의 많은 변호사님, 교수님들께서는 다양한 주제에 대한 리서치 과제와 소장 작성, 자문 검토, 의뢰인 상담 등 넓고 깊은 주제에 관한 과제를 부여해주셨습니다. 늘 다정하게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씀해주셨지만, 법학에 대한 지식과 기술이 일천한 학생으로서 도움을 드리기보다는 변호사님, 교수님께서 감사하게도 시간을 내어 과제를 설명해주시고 피드백을 주시는 ‘수련’의 과정에 가까웠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모든 것들이 실제로 진행되는 사건에 대한 점이라는 데서만 느낄 수 있는 생동감과 진지함에 있어서는 학교 공부와 달랐습니다.
과제를 부여해주시는 데 있어서도, 센터의 변호사님들께서 늘 제가 학생으로서 그 사건을 검토하는 것이, 또 리서치나 소장 작성 등 그러한 형태로 업무를 부여받는 것이 과연 제게 도움이 될지를 기준으로 세심한 고려를 해주시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너무 어려운 사건이라면 ‘답을 내리지 않아도 좋다’는 지침을 주시고, 답이 정해져 있다면 어느 키워드를 중심으로 조사해야 하는지 명확한 지도를 해주셨습니다. 아래에서는 센터에서 보낸 지난 6개월의 소중한 시간 중 가장 인상 깊은 세 업무에 관하여 소개드리겠습니다.
1. 시민단체의 개인정보수집동의서 관련 자문 업무
한 시민단체에서 지원대상자가 여러 단체로부터 중복하여 지원을 받는 것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하여 개인정보를 제공받을 때 동의서를 받는데, 동의서의 문구에 문제는 없는지 검토해달라는 업무를 부여받았습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가이드라인을 참조하여 적절한 수정방향을 제안드렸습니다. 복잡한 사안은 아니었지만 ‘무언가 도움이 되었다’는 기쁨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있습니다.
2. 휠체어 과실치상 사건 소장 작성
전동휠체어 이용자가 횡단보도에서 노인과 부딪혀서, 노인이 전치 9주의 부상을 입었습니다. 민사적으로 분쟁이 매듭지어지지 않자 피해자는 휠체어 이용자를 고소하였고, 검사는 과실치상의 최고형을 구형하여 논란이 일었습니다. ‘통상의 보행자로서의 주의의무’보다 엄격한 주의의무를 휠체어 이용자에게 요구한 결과인데, 이와 같은 접근은 모든 전동휠체어 이용자가 다른 보행자들보다 과실로 인한 형사처벌의 위험에 놓일 수 있기에 문제적이기 때문입니다.
1심부터 이어져 온 변호사님들의 의견서, 답변서를 보며 집요한 사실관계에 대한 검토와 치밀한 논리 전개에 크게 놀랐습니다. 사건의 사회적 의미를 피고인의 편에서 적절히 논증할 뿐 아니라, 구체적 사안에서의 피고인의 시야각, 피고인의 보행속도와 평균인의 보행속도 등에 관한 계산까지 글에 풍부하게 담아내셨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이미 무죄가 선고된 1심 이후 항소심 준비과정에 참여하여 답변서를 작성하였고, 변호사님께 문장 단위로 세심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3. 지도변호사 인터뷰
올해부터 공익법률센터와 함께 하게 된 변호사님들을 조교로서 인터뷰하였습니다. ‘공익’ 전담변호사로서의 기쁨과 슬픔을 여쭙는 질문에 허심탄회한 답변을 내어주셨습니다. 실무 현장에서 값진 경력을 쌓아오시며 지금도 바쁘게 뛰고 계시는 변호사님들과 한시간 여에 걸쳐 인터뷰를 핑계삼아 여러 질문을 던질 수 있던 시간은 특권에 가까웠습니다.
같은 말이라도, 그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해야 힘이 있는 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업(業)에 대한 애정, 멈추지 않는 고민, 삶과 세상을 사랑하는 각자의 태도에 관하여 듣는 일이 감사하게만 여겨졌습니다. 인터뷰 뿐 아니라 조교로 일하며 변호사님들께서 건네주시는 농담, 편안하면서도 늘 제자리를 찾아오는 조언들이 로스쿨 생활에 있어 소소한 행복이자 큰 위로였습니다.
학업과 함께 공익법률센터의 조교를 ‘병행’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냐는 질문을 받곤 하였습니다. 그런데 제게 조교 생활은 학업과 병렬적으로 처리해내야 할 업무이기보다는 앞으로의 공부와 법조인으로서의 삶을 견딜 수 있는 큰 힘을 주는 시간으로 다가왔습니다. 서면을 작성하는 법, 의뢰인과 상담할 때 주의할 점을 배우고 여러 사건들을 직접 만져볼 수 있는 기회도 값졌지만, 각자 꿈꾸는 세상을 위해 법이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하는 일을 묵묵히 해내고 계신 분들의 지근거리에서 그들의 표정을 살피고 인사를 나눌 수 있던 하루하루가 가장 즐거운 대목이었습니다. 언제나 성심으로 환대해주셔서, 자리를 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부족한 저보다 두 배는 성실하게 일하면서 세배, 네배는 더 좋은 결과물을 내면서도 격려를 멈추지 않은 동료 조교인 이혁에게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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