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15일 (목),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공익법률센터는 "노동사건 변론의 경험"이라는 주제로 2022년 세번째 공익테이블을 개최하였다.

이번 강연은 법무법인 지향의 김진 변호사가 노동사건 변론의 경험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노동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었다.

연사로 초청된 김진 변호사는 법학전문대학원 학생을 포함한 예비 법조인과 다양한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법조인의 자질과 역량에 대하여 설명하며 강연의 문을 열었다.

특히 최근 유명 인기 드라마의 모티브로 알려진 1999년 농협 구조조정 사건을 비롯한 성차별적 해고 사건에 대한 경험 등을 생생하게 풀어낸 이야기는 현장 참여자 및 온라인 참여자들에게 많은 감동을 주었다.

법무법인 시민을 시작으로 여민합동법률사무소, 법률사무소 이안, 법무법인 지향까지 맡아온 다양한 노동 사건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노동조합의 불법 파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는 것은 노조가 파업을 시작하게 된 원인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하며 적법한 노조 파업에 대한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강조하였다.

앞으로도 공익법률센터는 예비법조인을 위한 공익진로 개발과 사회적 문제를 심도있게 다루기 위하여 다양한 분야의 연사를 초청하여 공익테이블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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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제3회 공익테이블 소감문

작성자: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13기 류동규

공익테이블을 통해 여러 공익 변호사의 삶을 접할 때마다, 종종 들었던 생각은 대개 다음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1) ‘공익 변호사’라는 것은 직업이 변호사인 ‘활동가’를 말하는 것이구나, (2) 쉽지 않은 길을 용감하게 선택하고 걷는 모습이 정말 멋지다, (3) 그렇지만 나는 절대 저렇게는 살지 못할 거야.

그러던 중, 이번 김진 변호사님 강연을 들으며 (1)은 매우 잘못된 착각이었고, (2)는 다소 과장되었으며, (3)도 따라서 반드시 그렇게 생각할 것은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1) 변호사는 활동가가 아니고, 활동가가 되어서도 안된다. 변호사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 공익 ‧ 노동 변호사도 마찬가지이다.

변호사님께서 강연에서 가장 강조하신 내용 중 하나입니다. 변호사님 말씀에 따르면 변호사가 활동가와 가장 구별되는 점은 주된 투쟁의 공간이 ‘법정’이라는 데 있습니다. 활동가는 법정에서 지더라도 장외에서 이길 수 있지만, 변호사와 의뢰인에게 법정 싸움은 사실상 마지막 기회이고 법정에서 지면 전부 지는 것입니다. 특히 변호사와 의뢰인의 법정 싸움은 시끌벅적한 이슈파이팅 ‧ 장외투쟁의 열기가 잦아든 자리에서 가장 늦게 조용하게 끝납니다. 결국 변호사의 존재 가치가 의뢰인을 대리하여 법정에서 싸우는 데 있고 의뢰인이 변호사에게 가장 기대하는 바도 그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라면, 법정에서 끝내 이기지 못하는 변호사는 설령 그가 아무리 법정 밖에서 좋은 활동가라고 하더라도 결코 좋은 변호사는 아닌 것입니다. 오히려 변호사에게 ‘활동’은 법정에서의 패배 혹은 태만을 정당화하는 자기합리화의 기제 혹은 도피처가 될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독’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변호사와 활동가의 경계선은 한 인간의 정체성 안에서 그만큼 더 분명하게 그어져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2) ‘전업’ 공익 변호사가 될 필요는 없다. ‘파트타임’ 공익 변호사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사실 변호사님께서 그동안 해오신 활동─‘노동사건 변론’─을 스스로 ‘공익 활동’으로 정의하시지도 않았던 것 같습니다. 사용자인 상대방에 대항하여 노동자 일방의 사익을 대변했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다만 전체 업무 시간 중 이른바 ‘공익 사건’에 투입하는 실제 시간을 보여주시고, 나는 ‘전업’ 공익 변호사도 아니라며 해주신 말씀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공익 활동’을 하기 위해서 엄청난 희생과 대단한 결심이 요구되는 게 아니며, 누구나 원하는 만큼 시간을 내어 ‘공익 변호사’가 될 수 있다는 것. 수천 명의 ‘파트타임’ 공익 변호사가 투입한 시간과 노력이 모여서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그러므로 ‘전업’ 공익 변호사의 삶에 지나치게 경외감과 부채감을 품을 필요 없이, 각자가 각자의 방식으로 ‘파트타임’ 공익 변호사가 되어 이 사회의 공공선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작은 시간을 내면 된다는 것. 위와 같이 공익 변호사의 길과 다른 변호사의 길이 반드시 완전히 적대적이거나 택일적이지도 않다는 말씀은, 지금 당장의 진로 선택에 있어 그리 비장해질 필요가 전혀 없다는 의미에서 안도감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3) 기본기를 충실하게 연마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번 김진 변호사님 강연을 통해서 얻은 것은 결국─강연 제목은 ‘노동사건 변론의 경험’이었지만─‘노동 변호사는 어떠해야 하는가’가 아니라, 그냥 ‘변호사는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변호사’의 자질과 ‘좋은 공익 변호사’의 자질은 그리 구별되는 게 아니라는 것. 일단 변호사로서의 기본이 잘 갖춰져 있다면, 공익 변호사든 로펌 변호사든 모두 잘 해낼 수 있다는 것. 그러므로 어디서든 변호사로서의 기본에 충실한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 결국 ‘내가 특정한 경로의 삶을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를 미리 걱정하기보다, ‘내가 변호사의 기본을 어떻게 하면 잘 갖출 수 있을까?’를 먼저 걱정하는 것이 훨씬 유익하고 생산적인 일이라는 점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변호사님 말씀처럼 어차피 인생의 경로는 대부분 아주 사소한 우연에 의해 좌우될 것입니다. 제가 그나마 관여할 수 있는 것은 그때까지 쌓은 기본 역량으로 주어진 길을 ‘잘’ 감당하느냐와 ‘못’ 감당하느냐의 문제일 것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괴롭고 지난한 이 로스쿨 3년의 과정도 그 ‘기본’을 쌓는 데에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다시없을 호사로운 시간으로 느껴지는 듯합니다.

좋은 강연을 해주신 김진 변호사님과 좋은 강연을 준비해주신 공익법률센터에 모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