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2025.9.24.] 제3회 공익테이블 성료 (사람과 일, 그리고 나의 길: 『안녕하세요, 한국의 노동자들』 북콘서트)
작성자
공익법률센터
작성일
2025-09-24
조회
53
-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공익법률센터(이하 ‘공익법률센터’)는 9월 24일(수), 서울대학교 15-1동 302호에서 ‘사람과 일, 그리고 나의 길: 『안녕하세요, 한국의 노동자들』 북콘서트’를 주제로 2025년도 제3회 공익테이블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 이번 행사는 노동법 분야에서 활약 중인 윤지영 변호사를 연사로 초청하여 진행되었다. 윤지영 변호사는 현재 직장갑질119 대표를 역임하고 있으며, 직장내괴롭힘과 관련 있는 여러 사건에서 변호인으로 활동한 노동법 전문가다. 특히 몇 개의 사례를 바탕으로 현 한국 사회에서 부각되고 있는 노동법적 문제에 대해 실무가로서 생생한 관점을 전달해 주었다.
- 윤지영 변호사는 왜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변호사가 되었는지에 대한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강연을 시작하였다. 책에 대한 소개와 더불어, 골프장 캐리 사건에 대한 설명과 소회가 이루어졌다. 윤지영 변호사는 직장내괴롭힘을 인정받기 위한 근로자성에 대한 증거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를 직접 찾아내기 위한 여정을 설명하였다. 이와 함께 한국 사회의 문제 중 하나로 회사가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사실상의 근로자를 프리랜서로 둔갑시키는 일이 많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 다음으로 윤지영 변호사는 구의역 김군 사건에 대해 언급하면서, 노동자들이 처한 열악한 노동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그리고 이 사건에서의 문제점에 대해 말하면서, 사람이 필요하지만 모집되지 않는 일자리에 대하여 사람을 모집하기 위해 어느 방법이 사용되고 있는지를 보였다. 또 이 사건과 관련하여 회사가 외주화시키면 안 되는 업무를 외주화시킨 것이 문제라는 점을 지적하였다. 끝으로 윤지영 변호사는 결국은 가족을 위한다는 마음에서 노동변호사라는 직업을 수행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헌법이 정하는 노동자의 권리 및 헌법재판소의 노동3권 판례를 제시하였다.

- 질의응답에서는 활발한 질문과 답변이 이어졌다. 구의역 김군 사건과 관련하여 지금도 업무가 외주화되어 진행되고 있는지, 혹은 회사의 직접 고용으로 노동이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그리고 골프장 캐리 사건과 관련하여 사건과 관련된 여러 사진을 보여주면서 사실상의 근로자임을 밝혀낸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언급하면서, 증거를 수집하기 어어려울 경우 이를 어떻게 수집하는지 그 노하우를 묻는 질문이 있었다.
- 윤지영 변호사는 이러한 질문에 대해 적절히 답변하면서, 끝으로 자신이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서 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노동변호사를 지망하였음을 다시 한번 강조하였다. 그리고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서 가질 수 있는 힘에 대해 생각하고 자신이 하는 행동들이 끼칠 수 있는 사회적인 영향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기를 권했다. 아울러 단지 수험공부만이 아닌, 뼈가 되고 살이 되는 공부를 하라고 조언하면서 강연은 성료되었다.
- 공익법률센터가 주관하는 공익테이블은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이 공익인권 분야의 진로를 탐색하고, 각 분야의 실무 전문가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자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교실을 넘어 실제 현장에서는 벌어지는 공익 법률 활동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하며, 향후 공익적 가치와 전문성을 함께 갖춘 법률가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제3회 공익테이블 후기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안민영
우리는 다른 사람과 만나는 자리에서 으레 ‘안녕하세요’하고 인사합니다. 의례적으로 하는 말이라 그 말뜻을 새기며 인사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지만, ‘아무 일 없이 평안하시죠?’, ‘무탈하시죠?’하고 상대방의 안녕(安寧)을 묻거나 기원하는 의미입니다. 윤지영 변호사님은 이번에 노동사건을 다룬 책을 내시면서 “안녕하세요, 한국의 노동자들”이라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책은 총 11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파트 경비노동자, 비정규직·파견노동자, 현장실습생, 이주노동자 등 우리 사회 노동자들 가운데 가장 열악하고 처절한 다툼이 일어나는 지점을 담았습니다. ‘안녕하세요?’하는 인사에 이들이 웃으면서 대답해줄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후기에서는 공익테이블에 참여하고 난 후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과 생각해볼 점을 되짚어 보았습니다. 우리 노동현실이 정말 평안하고 무탈한 것인지 많은 생각이 들었고, 이를 해결하는 노동변호사의 자세를 고민해보았습니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이번 공익테이블에서 윤지영 변호사님은 책에 실은 11개의 사건 중 2개를 소개해주었고, 또한 왜 노동인권 변호사의 길을 걷게 되었는지 알려주셨습니다. 사건 중 하나는 골프장 캐디의 직장내괴롭힘 사건이었고, 다른 하나는 구의역 김군 사건이었습니다. 전자의 사건에서는 노동인권 변호사의 작업이 어떤 것인지 잘 알 수 있었습니다. 사건은 이렇습니다. 한 골프장에서 캐디 한 명이 관리자의 괴롭힘으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제 변호사는 근로자가 아니니 책임이 없다며 고개를 빳빳히 들고 있는 사용자를 상대로 법정에서 승리하여 억울함을 신원하고 사용자에게 책임을 지워야 했습니다. 윤지영 변호사님은 단순히 깔끔한 사무실에 앉아서 법리 상담만 해주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직접 발로 뛰어서 증거를 찾아내서 진실을 밝히는 탐정에 가까웠습니다. 저는 법정 안에서의 전투 못지 않게 법정 밖에서의 전투가 그렇게 치열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막연하게 문서제출명령 신청만 하면 회사측에서 알아서 제출하지 않을까 했던 자료들도, 네이버 캐디카페에서 하나하나 검색어를 입력해가며 찾고, 회사 내부 사정은 지인들을 동원해 직접 골프장을 이용하며 파악하며 등 어떻게든 관련 자료를 끌어모았다고 했습니다. 사실 법정 분쟁에서도 사측이 유리한 측면이 많습니다. 근로자에 대한 많은 자료는 회사가 가지고 있고,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피해자의 동료들로부터 탄원서를 받기도 쉽죠. 이는 비단 노동변호사만의 문제가 아니고, 다른 인권영역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권력의 격차를 뛰어넘기 위해서라도 그만큼 변호사들이 더 열심히 뛰어야 하고, 변호사들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것이겠죠.
저는 첫 번째 사건에 대해 들으며 새삼 존경스러운 마음이 드는 한편, 나는 저렇게까지 열심히 일할 수 있을까, 변호사님의 열정은 어디서 온 것일까 고민했습니다. 그렇지만 답은 곧 나왔습니다. 변호사님은 자신이 왜 노동인권 변호사의 길을 걷게 되었는지 설명해주시면서 가족들 얘기를 하셨습니다. 변호사님의 어머니는 돌봄노동자셨고, 동생은 기간제 교사라고 하셨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우리 사회의 노동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남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저는 구의역 김군 사건은 학부 시절에도 몇 번 들어본 적 있어서 스스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서울메트로와 그 하청업체간 커넥션과 지배구조의 문제점 따위만 알고 있을 뿐, 정작 피해자였던 김 군이 현장실습생이었다는 사실도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동생이 자동차공학과를 다니며 현장실습을 나가고 있는데도, 현장실습생의 실태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죠. 부끄러웠습니다. 저는 그 차이가 연대의식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타인의 일이라도 자기의 가족, 혹은 바로 그 자신의 일처럼 생각하는 공감과 협력, 그리고 책임의식입니다. 우리 사회 대다수의 사람들은 일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습니다. 부모님이나, 친척들, 친구들 모두 노동자고, 우리 일상에서 마주치는 법대 청소노동자, 경비원분들도 모두 노동자입니다. 그러나 정작 한 사람 한 사람이 직장에서 어떤 고충을 겪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은 부족하지 않았나 반성했습니다. 법리를 구상하는 것도 좋지만, 그 출발은 사건 속의 사람을 발견하고 공감과 지지를 보내는 일이고, 그때 비로소 당연하게 보였던 일들이 문제로 다가오고, 해결까지 바라볼 수 있게 되지 않은가 싶습니다. 이것이 인권변호사의 덕목이라면 덕목이겠죠.
마지막으로 이번 공익테이블에서는 우리 노동문제에 대해 생각해볼 점이 많았습니다. 하나만 언급하자면 근로자성과 근로자에 대한 보호의 문제가 있습니다. 첫 번째 사건의 골프장 캐디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되지 못해서 직장내괴롭힘 규정이 직접적으로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현재 우리 노동법 체계에서는 근기법상 근로자, 노조법상 근로자, 그 외의 노무제공자로 층위가 나뉘어 있고 보호의 정도도 다릅니다. 그러나 기술 발전으로 전형적인 근로자는 줄어들고 법적으로 정의하기 어려운 근로자집단이 늘어나고 있죠. 같이 공익테이블을 수강했던 한 친구는 기존 틀을 해체하고 노무제공자 일반에 대한 법적 보호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고, 어떤 친구는 근기법상 근로자 추정 조항을 추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어떤 방법이 바람직한 것일지는 잘 모르겠으나, 앞으로도 많은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이 외에도 더 많은 흥미로운 이야기가 <안녕하세요, 한국의 노동자들>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아쉽게 이번 공익테이블에 함께하지 못했지만 해당 주제에 대하여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본 책을 꼭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한국의 모든 노동자들이 안녕한 사회를 꿈꾸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좋은 강연 준비해주신 윤지영 변호사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